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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스포주의) 넷플릭스 D.P. (군탈체포조) 드라마 부연 및 상황 설명

지난 8월 말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D.P. 가 연신 화제다. 일반적인 공중파에서 구현되기 힘든 리얼리즘과 최소 전국민의 반이 공감할 수 있는 군대를 소재로 그려졌고, 헌병과 군탈자를 잡아오는 D.P라는 자극적인 내용이 주제이기 때문. 다행히 헌병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더라도 남성들은 작중 여러가지 요소들을 이해하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헌병이든 육군이든 내무실 내의 생활은 갇힌 공간과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사람대 사람의 관계에서 파생하는 것이 대부분이기때문. 그러나 이야기를 하다보면 여러 정황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친구들(특히 여성분들)이 있다보니 이번 블로그에서는 D.P. 에 등장하는 요소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1. 보충대대는 군인으로 시작하는 단계이며, 외부 단절 이후 공기가 달라진다.

주인공(안준호)은 103보충대대로 입대한다. 보충대는 군인이 되기 전 최초로 거쳐가는 곳으로 일반적으로 군인들은 보충대 -> 훈련소 -> 자대(실제 근무지) 순으로 복무를 수행한다. 보충대에서는 기존에 입던 옷들과 짐들을 반납하고 군인으로서의 물품(군복, 군화 등)을 보급받는 곳이며 보충대에 따라 훈련소와 같이 있는 곳이 있으며 작중 등장하는 103보충대대는 후자에 속한다.(실제 우리나라 보충대는 102보충대(춘천), 306보충대(의정부), 논산훈련소 등이 있으며 이중에 102보충대와 306보충대는 사라진 상태.)

 

연설로 등장하는 보충대 간부의 태도가 사뭇 달라진다. 입대자들의 가족이 보는 앞에선 누구보다 천사같지만, 민간인들의 시선이 사라지고 군인만이 남았을 때는 바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때문.

 

외부시선 유무에 따른 차이

 


 

 

2. 헌병대는 군대 내의 경찰이다.

작중에서도 짧게 언급되는데 헌병은 군대 내에서 경찰과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현재는 군사경찰로 변경) 부대 내의 전체적인 군기를 유지하거나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처리하고, 사법적 처리와 이로 인한 범인에 대해 검거와 재판을 관리한다. 특히 모두가 기억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영창. 영창에 들어갈 사람을 잡거나 재판하는 것도, 영창에 들어간 사람을 관리하는 것도 헌병의 역할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부대 내에 있는 헌병(사단 직할대)과 독립적인 헌병대(독립대대)로 나뉘어지는데 작중에서 주인공(안준호)이 배치된 부대는 후자쪽에 속한다. 각 부대 내에서 문제를 일으킨 자가 체포되면 103헌병대대로 후송하고, 영창에 넣고 그 영창을 관리하는 역할.

 

재밌는 것은 작품 속에서 키 175cm 이상을 헌병으로 뽑았는데. 헌병은 통상적으로 이미지상 모범이 되어야하고 다른 병사들을 압도할 수 있어야 하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도 키 제한이 있다. 법적으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신이 없어야 하고, 키 175~180cm 이상을 갖춰야하며 부대에 따라 외모(정갈한지 등)까지 본다고한다. 

 

일단 키가 커야 한다(좌) / 103헌병대 부대원들의 임무 중 하나 '영창관리'(우)

 


 

3. 계급과 복무기간에 따라 복장, 자리배치 등이 달라지며 부대마다 규칙이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하겠지만 군대는 어느 부대를 막론하고 계급과 복무기간(짬)에 따라 차등이 있다. 부대마다 구분하는 방법과 규칙은 다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복무기간 정도에 따라 위와 아래를 구분하기 위한 암묵의 룰이라는 것. 본 드라마에서도 우선 생활관 자리의 배치부터 계급 순서에 따라 다르다. 병사의 계급은 보통 병장-상병-일병-이등병 순서인데 드라마에 등장하는 103헌병대에서 자리배치를 보면 병장들은 TV에서 가장 가까운 양사이드로 배치가 되어 있으며, 상병들은 한쪽에 몰려있고 나머지 일,이등병들은 그 반대쪽 침상에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뒤쪽에서 황장수가 후임들을 아무리 쥐어패고 폭언을 해도 앞쪽에서는 브라운관에 집중하며 히히덕 거리는 구도가 연출된다.

 

한 쪽에선 지옥이, 한 쪽에선 천국이 펼쳐진다(좌) / 모든 규칙에서 해방되는 자 말년병장(우)

 

복장에 있어서도 우선 신고 있는 슬리퍼가 다르다. 일,이등병들은 기본적으로 보급받는 슬리퍼(형광색)를 신어야 하며, 상병 이상부터는 사제 슬리퍼(검은색)를 신고 있다. 또한 보급되는 회색 활동복과 달리 상병부터는 다른 종류의 옷을 입을 수 있으며, 해당 드라마에서는 사제인지 헌병대만의 별도 의복인지 검은색 티셔츠가 등장한다.

 

상병 침상 라인에서도 한 명의 병사만이 보급 슬리퍼를 신고 있는데 나중에 한호열 상병이 등장할 때도 다른 상병들은 경례를 하지 않고, 보급 슬리퍼를 신던 그 병사만이 경례를 한다.

 

슬리퍼 색상 차이(좌) / 의복 복장 차이(우)

 


 

 

 

4. D.P. : 군무이탈체포전담조 (Deserter Pursuit)

드라마의 핵심 주제이자 메인 키워드. 근무이탈체포전담조 줄여서 군탈체포조는 '탈영한 병사, 간부'를 체포하는 보직을 가르킨다. 군탈체포조는 일반적으로 헌병 내에서도 후술할 특징들로 인하여 부대 전입 후 따로 뽑는 것이 원칙이다. 

 

1. 외부에 나가서 탈영자들을 추적/체포하기 때문에 사복을 입으며, 일반 시민인척 하기 위해 두발을 기른다.

2. 활동 지원비는 통상 20만원(작중에서도). 숙박이 잦은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기에 보통 개인의 돈(=부모님 돈)을 많이 쓴다.

3. 탈영병을 잡는 일인만큼 위험도 동반되고 완력을 요구

4. 강한 멘탈과 잡티 없는 배경이 있어야한다. 탈영병 잡으라 했더니 본인이 탈영하면 군 이미지가 나락으로 가기 때문.

 

그래서 초기에 안준호가 박범구 중사 면접을 볼 때 여러가지 테스트를 받는 것. 박범구 중사는 안준호의 손을 보고 복싱을 한 것을 바로 캐치하고 관찰력 테스트를 위한 질문(양말색)을 하고, 남겨져 있는 메모를 보고 예리하게 요점을 파악하는 안준호의 자질 + 현 103헌병대 DP 상황(낙하산+사수 도망)을 염두에 두고 정식으로 DP 제안을 한 것.

 

안준호의 자질을 파악하고 바로 테스트를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DP는 꿀보직(편해서 꿀같이 달콤한)으로 통용되기에 박범구 중사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같은 부대원들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안준호를 보게 된다. 부대에서 풀뽑고 나무베고 허구한날 땀흘려가며 육체적인 노가다를 하는 입장에서 휴대폰 소지하고, 사복 입고 머리 길러서 밖에 나가는 DP들을 보면 배알이 꼴리는 것은 당연지사. 그리고 실제로도 군탈체포조는 해당 직무 특성을 이용해 혜택을 누리는 경우가 있다. 밖에 나가고, 유선 연락 외 감시사항 없이 돈만 있다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데 일반적인 병사에 비하면 편안할 수 밖에 없다. 

 

 

사복입고 머리기르고 휴대폰 쓰고.. 보는 눈이 좋을 수가 없다.

 

 

이러한 군탈체포조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 박성우(고경표) 상병과 같은 케이스. 구청장인 아버지의 입김으로 DP로 발령받았으며 탈영자를 잡는 본연의 임무보단 기회가 될 때면 외부로 나가서 음주가무를 즐기기 위한 수단으로 DP를 이용하고 있다. 안준호와의 첫 조우에서도 군기나 기강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이 마구잡이로 즐기는 모습을 보이며 일반 부대에서는 구할 수 없는 사제 담배(말보로 유추)를 내무실에서 피우며 권하는 모습을 보인다.

*군대 내부에서 판매하는 담배의 종류는 제한적이며, 외부에서 가져오는 담배를 사제 담배라 하며 통상적으로 가치를 높게 쳐준다.

 

담배에 소맥에 가라오케에..

 

 

작중 몸이 작살나서 입원했다던 한호열 상병이 의무대에 가있는 것은 꾀병이며, 꾀병까지 부려가며 의무대에 간 것은 바로 이 낙하산이 싫어서 인듯. 그로인해 안준호가 부사수격으로 뽑혔으며(2인 1조로 움직인다.) 첫 작전부터 탈영병 자살사고로 인해 하극상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로인해 급하게 결성된 DP조(박성우+안준호)가 와해됨으로 한호열 상병이 다시 끌려나오게 된다. 그런데 박성우 상병 낙하산의 계기가 된 아버지의 구청장 임기가 끝나게 됨으로 안준호가 아닌, 박성우가 DP조에서 쫒겨나게 되었으며 이로인해 메인 조합인 안준호+한호열 조합이 탄생하게 된다.

 

한호열은 의무대에서 끌려나오고, 낙하산의 배경(구청장 임기)이 별볼일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간부에 의해 메인 DP조합이 탄생한다.

 


 

5. 한호열 내무반 복귀 및 서열 정립

선임을 구타하여 영창에 간 표정관리 못해서 정색하는 이등병이 내무반에 복귀하였다. 황장수 같은 똥군기반장이 그냥 넘어갈리는 만무, 마침 건수를 물고 한바탕하려는 찰나 한호열 상병이 등장하여 이를 막는다. 그의 손에는 더블백(짐가방)이 들려있으며 이는 의무대 후송으로 인해 내무반을 비웠던 그가 완전히 복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계급이 상병일지라도 후임이라면 가차없이 짓밟는 황장수도, 그외 다른 병사들도 한호열에 대해 아무런 부정적인 반응을 하지 못한다. 보통 DP와 같이 외부생활을 많이하고, 편하게 취급받는 일을 할 경우 다른 병사들에게 인정을 받기 힘들고 부정적인 관계가 정립되는 것이 보통인데 그러지 않다는 것을 보면 한호열은 군대 생활을 굉장히 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려한 등장 및 실세인증

 

그리고 한호열은 부대 내 핵심 실세급인 황장수에게 대놓고 황뱀이라하며 꼽을 주고 하극상을 벌이면서, 안준호는 아들이라 하며 뽀글이를 주는 행동을 하는데, 여기서 이러한 행동을 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해당 부대 내에서는 상병 상위군번이 실세 역할을 하며, 병장부터는 말년 취급받으며 군기를 잡기보단, 편하게 여생을 즐기며 사라진다.

2. 작중 시점에서 황장수는 병장이며 한호열은 상꺾~말(상병 4개월~6개월차)에 속한다. 따라서 병장은 병장답게 뒤에서 쉬기나 하고 이런건 관여하지 마시죠 라면서 꼽을 주는 것.

3. 한호열은 굉장히 이상적인 선임으로 묘사된다. 일에도 충실하고 규칙도 준수하면서, 까부는 것 같지만 어느 정도 선도 지키고 부조리도 없고 챙겨줄건 챙겨주는. 이런 그의 성격으로 봤을 때 황장수가 마음에 들리는 만무.

 

안준호의 경우 DP부사수기도 하면서, 아들 군번이라 한다. 아들 군번은 나보다 정확히 1년 늦게 들어온 군번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21년 9월에 입대를 하였으면 22년 9월에 입대한 후임이 아들 군번이 되며, 굉장히 잘 챙겨주게 된다. 통상적으로 훈련소를 거치고 오는 군대 특성상 상병 N개월차에 아들 군번을 자대에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구청장 아들이라고 일도 안하고 나가서 땡땡이만 치던 박성우를 날려주기 까지 했으니 한호열 입장에서는 안준호가 이쁠 수 밖에 없는 것.

 

황장수로부터 지켜주고, 이등병에게 뽀글이를 준다.


 

6. 등장인물들의 군번(입대월)은 언제?

작중 나온 내용들과 언급된 말들을 보아서 유추할 수 있는 장치들은 다음과 같다.

 

1. 복장 : 군대는 혹서기(7~8월)에는 정식으로 군복을 반팔로 접어서 입어야 한다(훈련 외). 그러나 작중 헌병대에서는 팔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활동복은 반팔과 긴팔이 지급되는데 활동복은 훈련소에서는 반팔을 입다 자대에서는 반팔과 긴팔이 혼용된 복장을 하고 있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날짜는 9월~10월경.

 

긴 팔을 입는 부대(좌) / 반팔 활동복(우)

 

2. 달력과 문자 : 초반부 박준구 중사는 진급 누락 문자를 확인한다. 해당 문자에 있는 날짜는 10월 15일. 그리고 수사관실에 있는 달력 또한 10월을 가르킨다. 달력은 보통 방치하기 일수인데 군대는 훈련확인이나 부대 특성상 달력 채크를 매우 중요시한다(...)

가슴을 후벼파는 누락 문자(좌) / 사무실 내 달력(우)

 

3. 군번 부조리 : 극초반, 안준호에게 황장수는 부대 사람들의 군번과 기수를 물어본다. (보통 입대한 신병들에게 부대 사람들 이름과 군번을 외우게하고, 이를 시험을 본다. 필요하다면 필요한 요소지만 엄연히 부조리이며 드라마와 같이 폭력과 폭언이 수반되면 더더욱 사라져야할 부조리이다.) 이때 물어본 기수는 10월과 8월. 당연한 거지만 군번 부조리는 보통 신병보다 선임의 군번을 물어본다.

 

중반부 재등장하는 조석봉 일병의 군번 부조리(정황상 황장수에 의해 강제로 한다)에서 12월, 10월 군번의 신병들이 등장한다.

 

군번을 외우게 하고, 빠른 시일에 시험을 본다(좌) / 군번 부조리는 끝나지 않는다(우)

 

 

 

따라서 안준호는 10월 14~15일 자대에 배치되었으며, 그전 훈련기간(5주)를 고려하면 14년 8월~9월 입대를 하였다는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초반부 황장수는 10월, 8월 군번에 대해서 물어보았는데 막내인 안준호에게 무조건 선임의 군번을 물어볼 수 밖에 없었기에 안준호는 9월초에 입대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버지 군번인 한호열은 당연히 13년 9월이 되며 한호열이 상병일 때 전역하는 황장수는 한호열보다 반 년정도 빨리 입대하였을 확률이 높다.

 

안준호 : 14년 9월 입대

한호열 : 13년 9월 입대

황장수 : 13년 2~3월 입대

 

 

단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군대는 1개월 단위로 선후임을 정하지만 일부 부대의 경우 1주일 단위로 선후임을 끊는 경우가 있다는 것. 이때는 군번이 아닌 기수제(XXX기)로 표기하며, 기수제를 정식으로 사용하고 헌병대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103헌병대는 주 단위로 선후임을 적용하는 부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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