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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

게임리뷰 - KOEI 삼국지 영걸전 시리즈 두 번째 - 삼국지 공명전

2. 삼국지 공명전(1996)

오늘은 지난 포스팅에 이어 영걸전 시리즈 그 두 번째, 공명전이다.
공명전은 유비가 주인공인 영걸전과는 달리 '제갈량'을 중심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공명의 독무대를 만들어주기 위해, 시대적인 초점 또한 '유비 사후'로 구성되어 있다. 정확히는 서론에 해당하는 1장부분에서 기존 삼국지의 주인공(유비 3형제 등)들이 사망과 함께 일거에 퇴장하고, 북벌을 통한 한실 부흥이라는 제갈량의 시점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유비가 아닌 제갈량의 관점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공명전도 영걸전과 마찬가지로 제작&출시년도가 상당히 예전의 게임이다. 공명전의 경우는 96년도에 Window 3.1 버전이,  98년도에 Window95 버전으로 재발매 되었는데, 두 버전의 차이라면 당대 운영체제(OS)와의 호환성 문제로 인하여 따로 출시가 되었다. 당연히 95버전으로 재발매 되었을때는 그래픽적으로 발전이 있었다.

3.1 초기 버전(좌)과 95 버전(우), 그래픽적으로 많이 향상되었다.


또한 전작 영걸전과 비교하자면 그래픽적으로 많은 발전을 포함하여,  내적으로도 많은 부분에서 변화와 발전이 이루어졌다. 어떻게보면 유저들에게 다양한 선택권과 경우의 수를 제공하는 많은 발전점이 탄생하였고, 후에 조조전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아주 확실하게 하였다.(오늘날 조조전이 리메이크와 MOD들을 거쳐 살아있다는 것을 생각하여 보자.) 또한 공명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서사적인 구조 또한 많은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좋은 요소이다. 과연 어떤 점에서 발전이 이루어졌는데 정리하여보자.



(1) 그래픽 개선과 동영상 추가

초기 버전과 비교를 해봐도 전작인 영걸전에 비해 그래픽이 월등히 좋아지고 자연스러워졌다. 영걸전이 도스 느낌으로 기본적인 틀만 잡아주었다면 공명전은 그걸 더욱 발전시켜 현재 유저들이 봐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또한 기본적인 틀을 잡았다고 할 수 있는데 마지막 버전인 조조전과 비교해봐도 그다지 부족함이 없는 그래픽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영걸전(좌), 공명전(우)의 그래픽 차이. 공명전의 경우 초상화와 같은 일부 그래픽 요소는 후대에도 계속 사용된다.

그리고 게임 내 일기토 상황에서는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신 기능도 추가되었다. 물론 일기토의 경우에도 특정 장수를 제외하고는 동일한 장면이 반복 재생, 이에 더해 조익한 수준의 더빙은 지금 시점에서 지켜보기에 상당히 괴롭지만(...) 시도를 하였다는게 어디인가.

일기토 이벤트(좌), 특정 이벤트(우)에 발동되는 애니메이션 아주 오래오래전 비디오에 나올 것 같은 디자인이다.



(2) 진보된 게임 시스템

앞서 영걸전에서 큰 단점으로 언급 하였던 단조로운 패턴만 나오게 만든 변수없는 일률적인점을 보완, 수정하였다. 바로 회심의 일격, 연속 공격, 회피의 개념이 처음 도입되었고 이는 기초가 되어 후에도 계산 방식만 조금 달라졌을 뿐 지속적으로 쓰이는 주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봉책(책략 금지), 위병(혼란) 등 방해 계열의 책략이 등장하였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책략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낮고 책략을 쓰지 않고 물리 공격으로 진행하는 것이 더 효율이 좋다 보니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하였으나 이후 등장하게 될 시리즈의 다양한 책략에 대한 기초를 정립하였다는 것 자체만으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요소.

새로운 책략의 도입. 하지만 공명전은 책략이 없어도 매우 쉽다!






여기까지만 보면 공명전은 잘만들어졌고, 다양한 장점들이 생겨났다. 영걸전과 비교하여 많은 장점이 나왔다면 반면 가장 큰 문제는 비슷한 단점도 많이 생겼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기억이 나는가. 많은 이들의 추억을 짓밟았던 영걸전의 가장 큰 문제 높은 난이도. 그러나 반대로 공명전은 너무 '쉬운 난이도'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

 

 

(1) 영걸전과의 반대 상황 : 레벨과 장비

영걸전이 플레이어보다 월등히 높은 AI의 레벨과 우월한 장비로 난이도의 상승을 야기했다면 공명전은 반대로 플레이어에 비해 등장하는 적군들이 현저하게 낮은 레벨과, 장비 수준이 매우 열악하다.

 

공명전 최종 보스 사마의(좌), 이에 맞서는 평범한 플레이어(우)의 평균 레벨

전작 영걸전이 1599라는 엽기적인 방법까지 써가며 레벨을 올리려고 아둥바둥한 반면 공명전은 느긋하게 진행하여도 어느 순간 아군의 레벨이 적 평균을 아득히 상회하는 수준을 이루게 된다. 장비상태 또한 다양한 보물들로 중무장하여 등장하는 전작과 달리 보스몹 조차 맨 몸 수준으로 등장할 정도니.



(2) 조운의 존재

스토리 라인이 유비 삼형제 사후를 다루다보니 의외로 낯이 익은 영웅 들이 많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먼치킨이 하나 등장하니, 그것은 조운 자룡.

적이 몰려온다. 조운을 보낸다. 끝

공명전의 스토리 전개 상 플레이어의 진형에서 가장 핵심 인물은 조운인데 핵심 인물이다 보니 초반부터 후반까지 여기저기를 다 때려부시고 달려가는 놈이 되어버린다. 또한 이를 뒷받침 할 우월한 능력치와 게임 특성상 가장 유리한 기병 병종을 가지고 있으며, 아주 다양한 일기토 이벤트를 통하여 숱한 적장의 목을 날려버리고, 동시에 레벨업까지 해버리니 이러한 이벤트와 능력치를 바탕으로 그 누구보다 높은 레벨을 갖게 되고 전장을 지배하게 된다.

장판이 전투는 적 전멸이 임무가 아니다
공명전의 부제(副題)는 조운전이다


전작의 영걸전은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주어진 미션처럼 도망가기에도 힘들 때가 많다. 그러나 공명전은 초보가 하더라도 도망가라고 만든 미션을 정면승부로도 클리어가 가능하다.


 


하지만 공명전의 진가는 앞서 말씀드린 게임성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여러 장점과 단점을 떠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바로 다른 시리즈와는 다른 게임을 주도해가는 '제갈량의 시점'이다.

유비의 군사 제갈량이 아닌 명실상부 주인공 제갈량이다

일반적으로 삼국지의 핵심 주제는 조조를 필두로 한 진영이 악(惡)이라면, 반대쪽에 해당하는 유비는 한실 부흥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에 맞서는 선(善)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한실 부흥이라는 목표를 중심으로 선과 악의 진영이 나누어지며, 이를 중심으로 하는 영웅들의 행적들을 기록한 것이 바로 삼국지인것이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목적의식에 의거하는 사건은 크게 두 번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유비의 죽음 전후로 나누어지게 된다. 유비를 중심으로, 그리고 사후 제갈량을 중심으로. 그리고 공명전은 유비 사후 북벌을 중심으로 게임이 구성되어 있다.

유비에 의한 1차 한실 부흥은 유비의 죽음과 함께 막을 내리게 된다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공명전의 구성을 보시면 비교적 초반 1장에서 전작 영걸전의 주인공이었던 유비, 관우, 장비의 행보가 마무리 된다. 그리고 2장인 남만 전 벌전을 시작으로 철저하게 유비 사후 공명의 시점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되어 유비의 군사 제갈량이 아닌, 또 다른 한 명의 삼국지의 주인공 제갈량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며 이는 지금까지의 삼국지와는 또다른 관점에서 재해석하였다 할 수 있다.

공명전의 진정한 시작

공명전에서 의도적으로 공명의 시점으로 삼국지를 해석하고 진행하는 것은 게임적인 구성에서도 나타나있다. 파격적으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나이를 먹어가는 공명의 초상화를 세분화된 단계별로 사용한다던지, 평소에는 볼 수 없던 공명의 인간미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등 많은 부분에 신경을 쓴 모습을 보인다.

유년기부터 게임의 종장에 이르기까지의 공명의 초상화
제갈 공명 또한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유비 사후의 역사는 '외롭게' 다루어진다. 공명을 중심으로 북벌을 시작하나 마치 공명밖에 없는 느낌으로 서술되며 장수 한 명 한 명이 사망할 때마다 무게감 또한 무겁게 다가온다. (조운의 죽음 등). 이러한 역사적 상황을 유저에게 주고, 정상적으로 게임을 진행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구도(제갈량을 중심으로 북벌 성공, 황실부흥)의 엔딩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게임 마지막에 제갈량에 의해 한실이 부흥된 엔딩 장면은 사실 삼국지를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소망했던 삼국지의 한 장면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 유비의 유지를 이어받아 한 왕실을 부흥하는 것은 제갈량뿐이 아닌 삼국지를 읽었던 팬들의 바램 중에 하나이기 때문.

공명전의 공명은 사실 삼국지를 읽은 많은 사람들의 소망을 투영한 것이다.






이상으로 2부 포스팅을 마치고 다음 포스팅에서는 대망의 마지막 '조조전'에 대해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