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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

게임리뷰 - 문명(Civilization) 시리즈 첫 번째 - 문명의 시작과 중간단계 (문명1,2,3)

 

 

문명 하셨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연락이 되지 않는가? 클래스메이트나 회사 동료가 급격한 노화와 함께 쾡한 눈으로 돌아다니는가? 별다른 사유가 보이지 않는다면 필히 무언가의 봉인을 푼 것이 틀림없다. 어떤 병이든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원인부터 찾는 것이 먼저이다.

 

오늘 언급할 게임은 '문명(Civilization) 시리즈' 소위 말하는 악마의 3대 게임에서 당당한 한 축을 담당하는 게임이다.

 

나만의 문명을 성장시키자.

세월이 흐르며 이 빌어먹을 악마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며 벌써 6까지 출시가 되었다. 언제나 사람들을 현혹하는 방법은 실로 간단하다. 게이머들은 원하는 문명을 선택 후, 기원전부터 시작하여 현대시대까지 문명을 발전시켜가며 승리 조건을 만족하는 것. 원시 시대 부족부터 시작하여서 우주선을 날릴 때의 그 흐뭇함이란. (물론 사라진 시간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시리즈별로 승리 조건이 달라졌지만, 전쟁으로 모든 것을 파괴하던지 과학을 발전시키던지 등 실제 역사와는 다르게 내가 선택한 문명을 키워나가며 성장시킬 수 있다. 

 

 

문명의 강력한 유혹은 여기서 발현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매 턴마다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며 이와 함께 머릿속에 울리는 '이번 한 턴만'을 되뇌다 보면 어느 순간 아침해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오늘 리뷰에서는 이 악마가 세대를 거듭하면서 어느 모습으로 변모하였고 어떤 방식으로 게이머들을 현혹하였는지 문명 시리즈의 전체적인 역사에 대해 다루어보겠다.

 

 

 


 

 

문명 1

 

CIvilization (1991)

악마가 태어났다.

 

1991년에 네임드 게임 제작자 시드 마이어에 의해 제작&발매. 기본적으로 당시 운영체제 특성상 MS-DOS로 발매되었다. 물론 한국에는 90년대 초기 PC보다는 패미컴이나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콘솔이 강세였기에 PC버전이 아닌 게임기 버전으로 발매되었다.

 

문명1(좌), 시드 마이어(우) / 사람 이름이 맞다. 자기가 제작한 게임의 접두사로 자기 이름을 붙이는 것이 특징.

 

 

 

문명의 가장 큰 줄기가 처음으로 구현되었다. 내가 원하는 문명을 선택하고, 해당 문명을 성장시켜가며 다른 문명을 전부 박살을 내던가, 우주선을 발사하거나 최종 단계에서 점수를 계산해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건가. (91년도부터 우주선을 계획에 넣었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

 

굵직한 DOS의 도트에 가까운 이미지였다.

 

물론 시스템과 초기버전, 그리고 개발 시기를 감안하여도 허술한 점이 너무 노골적이었다. 우선적으로 문명별로 차등점이 거의 없기에 개성과 변수가 약하였고, 야만 부족이 각종 기술이나 골드를 주는 시스템은 문명 1부터 정립되었으나, 이를 진행하는 완성도 문제상 후반부에 야만족이 비행(...)과 같은 현대 기술을 제공하거나 창 하나 달랑 든 고대 병사에게 탱크가 터지는 등 완성도 측면에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였다.

 

하지만 악마의 씨앗을 게이머들에게 심는 것으론 충분한 효과를 거두었다. 전쟁 / 우주선 / 점수라는 기본 승리 조건 정립과 더불어 문명을 구성하는 기본 시스템(내정과 유닛 행동 등)과 확장 시스템(불가사의 + 정치체제 등)의 모든 기초는 여기서 확정되었다.

 

지형과 내정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은 문명1에서 확립되었다.

 

 

놀라운 것은 91년도에 이미 '지구 온난화'의 개념이 있었다는 것. 문명 1에서도 후반부에 온난화 현상이 구현되었으며 비록 문명별로 차이점은 미비하였지만 대표 인물을 각 문명의 마스코트(Ex. 간디, 스탈린 등)를 설정하고 이들이 시대에 따라 복장이 달라지는 등 기초 확립뿐 아니라 문명 시리즈가 뻗어나갈 다음 단계에 대한 잠재력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간디의 전설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문명 2

 

Civilization 2 (1996)

본격적인 비상

 

 

기존의 도스(DOS)에서 Window 3.1로 플랫폼이 변경. 그로 인해서 인터페이스가 현재 보기에도 친숙할 정도로 큰 진보가 있었다. 기초적인 그래픽과 사운드가 전작보다 많은 부분에서 발전이 있었고 실질적으론 이 때의 변화들이 지금의 분명의 시점에 베이스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 더 직관적이게.. 우리가 익숙한 그래픽이 탄생하였다.

 

도시를 기준으로 총 19개의 타일을 사용하는 기준 정립과 더불어 행복도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행복한 시민 / 만족한 시민 / 불행한 시민 3단계로 세분화되었다. 이러한 행복도 시스템은 추후 시리즈에서도 계속해서 도입되었으며 문명에 대한 난이도와 진입장벽을, 한편으로는 더욱 큰 변수를 제공하게 되었다.

 

도시의 성장 기반을 표시하는 타일 셋(좌) / 행복도에 따른 시민 분화(우)

 

도시 규모에 따른 온난화와 공해 시스템은 전작에서도 계속 이어지며 가장 특징들은 각 자문들(외교, 군사 등)이 등장할 때와 불가사의가 지어질 때 90년대에 발매한 오래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영상이 재생되었다.

 

자문(Council)들과 불가사의(Wonder)가 지어질 때 등장하는 실사 영상

 

사실 생소하다못해 시대를 뛰어넘는 실사 도입은 문명 2 등장 시기(90년 중반대)에 전체적으로 게임 업계에 불던 유행에 편승한 결과물이다. 갑자기 실제 배우들이 나와서 감정을 표출하고 왁자지껄 한 것을 보는 것도 하나의 진국. 또한 불가사의가 건설되었을 때도 영상이 나오는 등 문명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영상을 잘 사용한 작품이다. (불가사의 건설 시 영상을 사용한 것은 문명 2가 유일하다.) 그런데 정작 게임 내부에서의 전투 장면은 여전히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치고받고 싸우는 장면 없이 단순히 결과만 나오는 것. 유행에 너무 편승하였다.

 

 

또한 문명별로 차이점이 거의 없던 전작에서 진보하여 문명별 고유 양식을 갖게 되었다. + 지도자의 경우 남성과 여성으로 분류되어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자문들 또한 시대 진보에 따라 복장이 달라진다!

 

 

 

군사를 담당하는 자문(Council)이다. 시대를 구분할 수 있지 않는가?

 

 

문명1이 제안서 느낌의 기초 작품이었다면 문명이라는 제안서를 실제 계획서와 같이 갈고 닦은 작품은 문명 2이다. 오늘날 보기에 구식적인 그래픽과 여러 모로 부족한 게임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문명의 중독성을 나타내는 수많은 변수 창출 요소를 도입하였다. 따라서 지금도 당장 실행해서 게임을 즐기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고 이러한 연유(?) 때문인지  10년 동안 문명 2를 플레이한 게이머가 등장한 것이 화제이다.

 

3991년의 먼 미래의 상황. 상상에서나 나올 법한 디스토피아 세계가 펼쳐졌다.

 

정상적으로 10년동안 즐기면서 3991년인 세이브 파일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앙들과 세계열강들의 몰락(3개국만 남아서 끊임없는 전쟁 반복 중), 인구는 급감하는 등 현실에서도 많은 학자들이 예견하는 디스토피아의 결과가 그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물이야 말로 게임이 탄탄하게 만들어졌다는 증거

 

 

10년동안 즐길 수 있다는 것부터가 해당 시나리오의 시작과 끝에 대해서는 별도로 포스팅 예정이다. 

 


문명 3

Civilization 3 (2001)

2000년대 높은 진입장벽으로 한풀 꺾인 악마의 날개

 

 

제작사가 달라졌다. 정확히는 문명의 아버지 격인 '시드 마이어'가 문명2까지는 마이크로프로즈(MicroProse)에서 제작을 하였고, 이후 당시 만연하던 제작사와 유통사간의 갈등,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취급받던 당시 게임 시장을 금전적으로만 바라보는 현상 등으로 인하여 사측과의 갈등 끝에 회사를 나오게 되었고 지속적으로 게임은 개발하였으나 판권 문제로 인해 '알파우리 센터' 등 문명(Civilization)이란 용어를 쓰지 못하는 등 혼란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마이크로프로즈는 시드마이어가 설립한 회사이나, 이후 스펙트럼에게 인수 되었으나 시장 사정상 사명은 그대로 마이크로프로즈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 후 판권 문제 등 재판에서 승소한 후 파이락시스 게임즈(FIRAXIS)를 설립, 이 후 제작한 것이 문명 3이다. 한국에 정식 발매되었을 때 게임 표지 표기로 인하여 아타리(Atari)를 제작사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아타리는 유통사 중에 하나이다. 익숙한 이름이 아닌가? 아타리 쇼크의 그 아타리가 맞다, 사실 오리지널 아타리는 아타리 쇼크로 인하여 무너졌고, 인포그램즈 게임에서 이를 인수 후 브랜드 가치를 위해 아타리로 사명을 변경한 것

 

이쪽 업계도 매우 혼란하다

 

 

2001년 한국에 정식 발매되었으며, 국내 유통은 인포그램즈 코리아(아타리 = 인포그램즈 이다. 즉 아타리사의 한국 지부)를 통해 들어왔다. 시리즈는 오리지널과 이후 플레이 더 월드(PTW), 컨퀘스트(CC) 확장팩이 추가로 발매되었는데 한국에는 플레이 더 월드까지만 정발되었고, 컨퀘스트는 발매되지 않았다.

 

게임 시작화면. 좌측부터 '오리지널', '플레이 더 월드', '컨퀘스트'

이러한 이유는 한국의 시장 정세와 연관이 있다. 한국은 처음 게임 시장으로 무궁한 가능성을 보인 곳이었다. 고도의 경제성장 대비 좁은 땅으로 인해 온라인 인프라가 발달하였고, 그로 인해 게임 시장이 매우 활발하였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시장이 넘어가면서 온갖 복사품의 범람으로 인해 기존 콘솔 시장은 철저하게 파괴되었고 문명도 그 피해자 중 하나로 인포그램즈 코리아가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던 것. 

 

 

 

아무튼 문명3는 시드 마이어가 설립한 회사에서 자기를 중심으로 인원을 뽑아서 인지 큰 대격변보다는 문명2의 요소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만들어졌다. 그래픽이 눈에 띄게 발달하였고 기타 세분화된 요소를 많이 도입하여 변화보다는 견고성을 발전하였다.

 

 

가장 큰 변화로 문명별로 특징이 세분화가 되었다. 정확히는 농업적, 상업적 등 9개의 특성(오리지널은 6개)이 생겼고 문명별로 2개의 특성을 가지고 시작한다. 한국은 과학적, 미국은 확장적 등 각 문명의 실제 특성을 어느 정도 고려하여 배분하였다. 또한 문명별로 고유 유닛이 생겨났고 이러한 고유 유닛의 능력으로 문명마다 강한 타이밍이 생겨나게 되었다.

 

문명 별 특성(좌) /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켈트의 고유 유닛 '갈릭검사'

 

 

문명별 지도자나 자문들은 실사를 버리고 다시 2D 그래픽으로 희귀하였다. 또한 전작의 부작용을 감안하여(역사적으로 없는 여성 지도자를 넣다 보니 가상에 가까운 인물이 지도자로 지명되었다.) 지도자는 1명으로 통일. 성별에 관계없이 대표적인 위인이 문명의 대표로 채택되었다.

 

 

시대에 따른 지도자 복장 변화(좌) / 군사 자문들(우)

 

내정 부분에서는 일꾼과 개척자가 분리가 되었고, 기존의 보너스 식량과 망치만을 제공하는 수단인 자원들이 사치 자원/ 전략 자원으로 세분화가 되었다. 사치 자원의 경우 행복도를 제공하여 문명이 발전하는데 큰 요소로 작용하였고 전략 자원의 경우 유/무에 따라 만들 수 있는 유닛과 시설이 달라지기에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사치 자원 '염료'
전략 자원 '철'

특히 초반에 '철'의 유무에 따라 문명의 흥망성쇠가 달라졌고 후반부 '석유'의 존재 유무에 따라 없던 대전쟁도 발생하는 등 전략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각종 위인들이 처음에 도입되었고 확장판에서는 과학자가 등장하였다. 또한 문화에 따라 도시 범위가 넓어지고 질병으로 인해 도시 인구가 감소하는 등 획기적인 요소도 문명 3에서도 등장하였다.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많아지면서 재미도 깊어진만큼 허들도 무척 높아졌다.

빛이 있으면 어두운 것도 있는 법. 이때부터 등장하는 많은 요소로 인하여 유저들에게 진입장벽이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즐기기 위해서 숙지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졌고 컨퀘스트(CC) 미발매로 인하여 한글화가 안된 게임은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기 시작하였다. 문명 하면 중독성이 많은데 하기 어렵다 라는 인식이 문명 3부터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금번 포스팅에서는 문명의 탄생부터, 문명3라는 중간지점까지 다루어보았다. 어떠하게 탄생되었으며 세 번째까지 시리즈가 이어지게 되면서 이루어진 굵직한 변화들을 소개하였고 무엇보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패키지 위주의 시장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라는 환경에서 다양한 이유들(정발 X, 기존보다 높아진 난이도 등)로 인해 문명이 위치한 자리에 대해 언급하여보았다.

 

또다른 어떤 사건들을 거쳐 오늘날에 다시 대중적인 게임으로 올라왔는지 다음 포스팅에서 문명 4를 시작으로 알아보자.